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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에서보다 서울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다고 말할 수 있다. 대학 입학과 함께 서울에 입성했고, 기념일 혹은 명절을 맞아 매번 고향을 내려가는 것도 어느 순간 이래저래 핑계를 대며 가지 않고 서울에 머문 횟수가 잦아졌다. 기억 혹은 특별한 추억을 떠올린다면 서울의 어느 장소가 함께 생각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서울은 더 이상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의 수도에 머물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K-POP 스타들이 세계로 뻗어 나가고, <기생충>을 대표로 우리의 예술과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심지어 한국인보다 더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며 지식을 뽐내는 모습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은 아니다. 복잡하게 얽힌 골목길과 빌딩숲, 그사이 흐르는 커다란 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동네. 이 독특하고 복잡한 풍경의 서울은 각양각색의 문화를 담기에 최상의 도시가 아닐 수 없다.


《2021 딜라이트 서울(2021 Delight Seoul)》은 서울을 테마로 한 실감형 미디어 아트
전시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공간인 서울의 특별함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전시로, 친숙함을 낯설게 재구성한 공간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너무나 익숙한 서울의 풍경은 사소한 계기로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고, 이국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 순간을 다시 깨닫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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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ridor of Light / 시작 11개의 테마로 구성된 전시의 첫 시작을 알리는 공간. 자욱한 안개와 어둠이 깔린 공간 사이로 희미하게 들어오는 빛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 커다랗게 떠오른 보름달을 마주하게 된다. 조용한 잠재력을 품은 서울을 연상케 하는보름달은 공간을 서서히 밝히며 내면에 강인함을 소리소문없이 드러낸다. 관람객은
그 빛을 따라 서울의 역동성으로 진입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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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yth / 12지신의 숲 안개를 헤치고 또 다른 공간에 들어서면 LED로 둘러싸인 웅장한 모습의 12지신을 만나볼 수 있다. 어린 시절 만화영화 <꾸러기 수비대>에서 보
았던 귀엽고 친숙한 동물들이 아닌, 그야말로 전설 혹은 신화 속에서 등장할 법한 수호신들을 눈 앞에 마주하게 된다. 입장 시 등록한 바코드 팔찌를 스캔하면 나만의 12지신이 거대한 LED 화면에 파노라마처럼 등장한다. 이 바코드 팔찌는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인터랙티브한 체험을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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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Delight / 환영 맑은 배경음에 귀를 기울여 발걸음을 옮기면 다채로운 색깔의 청사초롱이 눈 앞에 펼쳐진다. 어두운 숲 속을 밝히는 반딧불이처럼 형형색색 달라지는 청사초롱을 바라보며 길을 걸으면 자연스레 설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청사초롱은 조선 후기 왕세손 또는 평민들의 혼례식에서 사용되었다고 한다. 신랑이 말을 타고 신붓집으로 떠날 때, 신부가 가마를 타고 시집을 올 때 길을 비추어 주던 것으로, 부부의 화합과 조화로운 새 출발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의 새로운 앞날을 빌어주던 조상들의 마음이 담긴 청사초롱을 바라보며,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들 역시 응원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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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namic Seoul / 서울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도시로 서울을 빼놓는다면 섭섭할 것이다. 한낮에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도시이지만 밤이 찾아오면 한낮의 선명함과 경쟁이라도 벌이듯 수만 개의 불빛이 번쩍이며 어둠을 수놓는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는 시간을 잊은 듯 주변의 불빛을 반사하며 도로를 빠르게 질주하고, 24시간 운영되는 식당과 술집, 노래방, 편의점, 새벽 늦게까지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등 밤늦게 일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서울의 모습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빛으로 물든 서울의 밤은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고 그 이면에는 우리의 애달픈 부분도 남아있지만, 밤을 잊은 서울의 모습은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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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entic Street / 거리, 은유 서울은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도시이다. 조선의 임금이 거주했던 경복궁을 비롯해 여러 궁이 도심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고, 북촌에 가면 아름다운 우리의 한옥을 만나볼 수 있다. 발걸음을 조금만 옮기면 이와 정반대인 최첨단의 초고층 건물들이 빽빽하게 줄을 서 있다. 강남의 테헤란로와 DDP, 서울역 고가다리와 여의도 63빌딩 등 미래지향적인 서울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자동차가 빼곡하게 들어선 도로에서 도시 전체를 감싸는 거대한 산들의 자태를 감상할 수도 있고, 빠르게 달리는 지하철 밖으로 크고 넓은 한강을 바라볼 수도 있다. 이처럼 천 개의 얼굴을 가진 서울의 모습은 거리와 건축물, 공간을 채우는 공기, 이를 아우르는 불빛, 사람으로 정점을 이룬다. 다양함 속에서의 질서정연함, 익숙함 속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개성, 인터랙티브한 체험 공간으로 재구성된 서울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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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in Seoul / 서울이야기 기록된 서울의 모습과 새롭게 기록될 서울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공간. 흑백 사진과 팝아트적인 색감의 콜라주로 실존한 역사인지 상상의 산물인지 그 경계마저 불분명한 미디어 아트는 서울의 이미지를 재해석하여 보여준다. 우리나라 최초로 서울에 등장한 ‘목마운동장’의 회전목마는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어 어린 시절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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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며 과거 백제, 조선의 수도로 시대에 따라 위례성, 한산, 한양, 양주, 남경, 경성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려왔다. 신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이 거주했고, 삼국시대, 고려, 조선을 거쳐 약 2000년의 역사를 지닌 곳이다. 한반도의 중앙으로 1934년부터 한국의 수도가 되어 정치, 경제, 산업, 사회 및 문화, 교통의 중심지이자 거대도시(Megalopolis)로 성장했다. 조선의 수도가 된 이래 6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서울은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그만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이다.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해서 서울에 대해 애정이나 관심을 쏟지 않았고, 그동안 서울이 얼마나 멋지게 변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많은 것들이 공존하는 멋진 도시 서울은 세계 여러 도시와 나란히 두어도 그 자체의 매력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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